“글로벌 미술시장은 올해부터 ‘숨 고르기’에 들어갔다. 한국도 불황의 그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.”
얼마 전까지만 해도 ‘한국국제아트페어(KIAF)-프리즈 서울’을 바라보는 미술계 안팎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. 너도나도 미술품을 사들일 만큼 시장이 한껏 달아올랐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금리 인상,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내리막길을 탔기 때문이다. 올 상반기 국내 미술 경매 거래액이 작년 상반기의 ‘반토막’이 되면서 이런 걱정은 더 커졌다.
지난 6일 시작해 닷새 동안 계속된 ‘KIAF-프리즈’(프리즈는 9일까지)는 이런 예측이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다. 프리즈서울을 찾은 관람객은 8만여 명.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바젤 홍콩의 관람객 수와 맞먹는다. KIAF-프리즈의 전 일정 자유입장권이 1인당 20만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준 높은 미술장터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.
가장 큰 소득은 미술 대중화는 물론 전 세계에 서울이 명실상부 ‘아시아의 아트 허브’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이다. 올해 KIAF-프리즈의 참여 리스트에 올린 갤러리는 330여 개. 홍콩에 이은 ‘아시아의 넘버2 미술 수도’ 후보지로 서울과 함께 꼽혔던 싱가포르(아트SG·160여 개), 도쿄(도쿄 겐다이·80여 개) 아트페어를 압도했다. 관람객도 8만 명 이상으로 아트SG(4만여 명), 도쿄 겐다이(2만여 명)를 눌렀다.
타데우스로팍도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(약 16억원)와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 두 점(각각 약 5억원)을 팔았다. 스푸르스 마거스는 아시아 컬렉터와 기관을 대상으로 로즈마리 트로켈의 ‘더 블루스’를 18억6000만원에, 하우저&워스는 니콜라스 파티의 회화를 16억7000만원에 판매했다. 국제갤러리는 한국 대표작가 작품을 대거 팔았다. 박서보 작품은 6억5000만~7억8000만원에, 하종현 작품은 3억~4억원에 새 주인을 맞았다.
KIAF-프리즈가 괜찮은 판매 성적을 낸 배경에는 ‘K컬처 열풍’이 있다. 세계 문화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한국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전 세계 93개 기관의 큐레이터와 디렉터는 물론 ‘큰손’ 투자자들이 한국행(行) 비행기에 올랐기 때문이다.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글로벌 메이저 화랑 가고시안의 닉 시무노비치 아시아 선임이사는 “작년에 비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 관람객이 크게 늘어난 게 피부로 느껴진다”고 했다.
프리즈 서울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은 올해도 ‘옥에 티’였다. 전시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컬렉터는 “서울이 일본·싱가포르 아트페어보다 낫지만, 아트바젤 홍콩에 비해선 외국인용 앱을 비롯한 관람객 안내, 편의시설 등이 부족하다”며 “쾌적한 관람과 작품 구입을 위해선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점”이라고 지적했다.
이선아/김보라 기자 suna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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